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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 혹은 ‘아들’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행
작년 남편의 아내폭력이 가정폭력의 82%, 노인학대 가해자도 아들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결혼 3년차 주부인 A(33) 씨의 남편은 술만 먹으면 주먹을 휘둘렀다. 같이 살던 시아버지는 전혀 도움이 안 됐다. A 씨는 혼전임신으로 아이를 품고 친정으로 피신했다. A 씨는 남편이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일주일에 한 번꼴로 남편과 아이를 만나게 했다.

하지만 남편은 버릇을 버리지 못했고, 친정까지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 모든 걸 단념한 A 씨는 전치 2주 진단서를 갖고 남편을 고소했다.

B(89ㆍ여) 씨는 친아들에게 20여년간 크고 작은 폭언ㆍ폭행에 시달렸다. 그때마다 아들은 “내가 어렸을 때 네가 날 제대로 키워주지 않았다”고 윽박질렀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에 대한 자책감에 외부에 신고를 할 수 없었다. 급기야 아들은 B 씨의 기초노령연금 통장을 가로챘고, 이를 우연히 알게 된 외손녀의 도움으로 B 씨는 아들의 그늘을 벗어났다. B 씨는 현재 지역의 한 노인보호시설에서 살고 있다.

가부장적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가정이 남성들의 폭력에 멍들고 있는 실정이다. 때론 남편의 이름으로 때론 아들의 이름으로, 자신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가족에게 무소불위 폭력을 가하는 남성 가장(家長)들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8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남편에 의한 아내 폭력은 전체 가정폭력의 81.8%를 차지했다. 지난해 남편에게 살해당한 아내가 83명, 살인미수도 29건 발생했다는 한국여성의전화 조사도 있다.

노인학대의 가해자 역시 아들이 많았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건수는 9340건으로 전년(8603건)보다 8.6% 증가했다. 노인학대의 가해자는 아들이 절반 가량인 41.2%였다. 배우자(12.8%), 딸(12%)보다 훨씬 많다.

조현순 경인여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여성은 분노를 내재화하는 반면 물리적으로 힘이 센 남성은 분노를 밖으로 적극 표출하려는 성향이 많다”며 “부부폭력ㆍ노인학대 등 가정폭력의 전(全)분야에서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이라고 말했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2부장은 “여성들 지위가 높아졌지만 가부장 문화가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요즘처럼 경제적 어려움ㆍ사회적 스트레스 등으로 자기 권위가 흔들리는 상황을 맞닥뜨리면 가장의 폭력성은 더 촉발된다”고 말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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